'MR. 70' 조엘 엠비드... MVP, 그 너머를 향해

'MR. 70' 조엘 엠비드... MVP, 그 너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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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니콜라 요키치의 아성을 드디어 넘고 생애 첫 MVP 트로피를 손에 넣었던 조엘 엠비드. 그의 이번 시즌 역시 경이로움 그 자체다. 불의의 부상이 발생하기 전까지 MVP를 탔던 지난 시즌의 활약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엠비드다. 리그에 다시 센터의 시대를 불러오고 있는 엠비드의 모습을 조명해봤다.

MR. 70

2010년 6월 17일. 프로 배구 선수를 꿈꾸던 카메룬 출신의 한 소년의 눈길이 향한 TV 화면에서는 NBA 파이널 경기의 열기가 한창 전해지고 있었다.

당시 레이커스의 홈구장이었던 스테이플스 센터에는 18,997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레이커스와 보스턴이 펼치는 운명의 파이널 7차전이 열리고 있었다. 6차전까지 3승 3패로 팽팽했던 시리즈 최종전의 승자가 된 쪽은 바로 레이커스. 83-79, 단 4점차의 승리였다.

당시 레이커스를 이끌던 에이스는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였다. 코비는 파이널 7경기에서 28.6점 8.0리바운드 3.9어시스트 2.1스틸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만들어내며 레이커스의 우승을 이끌었고 2년 연속 수상한 파이널 MVP 트로피를 스테이플스 센터 천장을 향해 번쩍 들어올렸다.

코비의 이 시리즈는 배구 선수를 꿈꾸던 카메룬 소년의 진로를 바꿔버렸다. 그리고 그는 15살의 다소 늦은 나이에 배구공이 아닌 농구공을 새롭게 잡게 된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당시 코비의 플레이를 보고 농구 선수의 꿈을 키우게 된 인물은 바로 조엘 엠비드다.

자신이 농구를 시작했던 이유였던 만큼 엠비드에게 코비라는 존재는 우상 그 이상이었다. 이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 하나.

코비가 안타까운 헬리콥터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후 골든스테이트와의 경기에 나선 엠비드는 자신의 원래 등번호인 21번이 아닌 코비의 24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엠비드는 24점만을 기록한 채 더 이상 득점을 올리지 않았다. 당시 경기는 필라델피아의 115-104 승리. 이처럼 엠비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영웅을 배웅했다.

왜 이렇게 코비의 이야기를 길게 했냐고? 이유가 있다. 엠비드가 최근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자신의 우상을 다시 세상에 소환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22일에 열린 필라델피아와 샌안토니오의 경기. 이날 경기에서는 필라델피아가 133-123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6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필라델피아의 연승보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조엘 엠비드의 놀라운 퍼포먼스다.

이날 엠비드는 36분 38초 동안 코트를 밟았다. 그러면서 무려 41개의 야투를 시도했다. 1분 당 1개가 넘는 야투를 시도한 셈. 그 중에서 24개가 림을 가르면서 58.5%의 야투율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부분은 자유투다. 이날 엠비드는 무려 23번이나 자유투 라인에 섰다. 그 중 림을 가른 슛은 21개. 놀라운 집중력이었다.

이런 활약을 펼친 엠비드의 득점 부문에는 무려 70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오타가 아닌 실제로 엠비드가 이날 기록한 득점이다. 필라델피아가 기록한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이 엠비드의 손에서 나왔다.

1쿼터부터 24점을 기록하면서 심상치 않은 활약을 예고한 엠비드다. 2쿼터에 10점을 더하며 전반에만 이미 34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어진 3쿼터. 엠비드는 무려 25점을 스코어보드에 추가하면서 놀라운 기록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이쯤 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엠비드의 손끝을 향해 집중됐다. 이어 엠비드는 4쿼터 중반 다시 코트를 밟았고 11점을 더 추가하면서 기어이 70점을 채운 채 퇴근했다.

시계를 잠시 18년 전으로 돌려보자. 엠비드가 70점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정확히 18년 전인 2006년 1월 22일. 이 날은 레이커스와 코비의 팬이라면(혹은 토론토 팬들까지도) 잊을 수 없는 날 중 하나다. 바로 코비가 토론토를 상대로 무려 81점을 폭격하면서 레이커스의 역전승을 이끈 날이었기 때문이다. 윌트 체임벌린의 위대한 100득점에 이은 역대 2위에 오른 코비의 놀라운 81득점 퍼포먼스는 엠비드가 정확하게 18년 후 70점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다시 한 번 조명될 수 있었다. 엠비드는 그렇게 신기한 우연과 함께 자신의 우상을 다시 세상에 소환했다.

<코비, 그리고 엠비드>

코비 브라이언트(2006년 1월 22일 vs 토론토) : 81점 6리바운드 3스틸. 야투 : 28/46(60.9%), 자유투 : 18/20(90.0%)

조엘 엠비드(2024년 1월 22일 vs 샌안토니오) : 70점 18리바운드 5어시스트. 야투 : 24/41(58.5%), 자유투 : 21/23(91.3%)

엠비드는 이날 경기를 마친 후 70점을 기록한 소감을 전했다.

"제가 팀원들에게 한 말은 '제발 억지로 하려고 하지마' 였어요. 그냥 평소와 같은 농구를 하자고 했죠. 만약 제가 오픈이 되면 패스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올바른 플레이를 하라고요. 대니엘 하우스가 야유를 들은 것은 불행한 일이에요.(이날 경기에서 엠비드의 기록이 보고 싶었던 관중들은 하우스가 오픈 찬스에서 3점을 쏘자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플레이하려고 했고 올바른 플레이를 성공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분명히 제가 많은 슛을 쐈고 동료들이 저를 많이 찾으려고 한 것도 있었죠."

이날 엠비드를 상대한 샌안토니오 선수들 역시 혀를 내둘렀다. 22점을 기록했던 데빈 바셀은 "엠비드는 막을 수 없었다"라며 "박스아웃을 하려고도 시도했고, 더블-팀도 붙어봤다. 계속 다른 선수로 막기도 해봤다. 그가 MVP가 된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정말 너무나 어려운 매치업이었다"라며 엠비드의 실력을 인정했다.

또한 엠비드는 이날 기록을 바탕으로 수 없이 많은 전설들을 소환했다. 우선 그는 윌트 체임벌린의 68득점을 넘어 필라델피아 프랜차이즈의 단일 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새롭게 썼다. 이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단일 경기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는 바로 엠비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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