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27·샌디에이고)이 한국 메이저리거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누구도 품은 적 없었던 황금 장갑을 노린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골드글러브 주관 업체 롤링스는 21일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 포지션별 골드글러브 후보를 공개했다.

김하성은 NL 유격수 부문에서 애틀랜타 댄스비 스완슨, 마이애미 미겔 로하스와 함께 최종 후보로 뽑혔다.

골드글러브는 각 팀 감독·코치 1명씩이 투표를 하고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에서 개발한 수비 통계 자료(SDI)를 25% 반영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아직까지 골드글러브를 받은 한국 선수는 없었다. 김하성이 수상자로 결정되면 한국인 최초 기록을 쓴다. 아시아 내야수로도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된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뛸 당시에 골든글러브를 세 차례나 수상했다. 다만 KBO 골든글러브는 포지션에서 베스트 플레이어를 선정하는 성격인 반면 MLB는 수비 실력으로만 해당 포지션 최고 선수를 뽑는다. 타격은 따로 실버슬러거로 수상한다. 김하성은 빅리그 2년차인 올해 유격수로 1092이닝, 3루수로 171.1이닝을 소화하며 8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이 측정한 여러 수치를 보면 경쟁자들이 김하성보다 조금 나은 성적을 냈다. 김하성은 수비로 얼마나 점수를 막았는지를 알려주는 DRS(Defensive Run Save)에서 +10을 기록했다. 로하스는 +15로 가장 높고 스완슨은 +7이었다.

수비 범위를 고려한 종합수비 지표 UZR(Ultimate zone rating)에서는 로하스가 4.9, 김하성이 4.7, 스완슨이 1.1이었다. 평균 대비 아웃 기여(OAA·Out Above Average)에서는 스완슨이 +20으로 가장 앞섰고, 로하스는 10, 김하성은 6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이 올 시즌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훌륭히 막았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다. MLB닷컴은 “김하성이 부상당한 타티스 주니어를 대신해 샌디에이고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수비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에서 리그 최고 수비수 빅3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큰 의미가 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골드글러브 후보에 오른 김하성을 축하했다. 샌디에이고에서는 김하성 외에도 2루수 부문에서 제이크 크로넨워스, 중견수에서는 트렌트 그리샴, 우익수에서는 후안 소토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는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