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겠다” 아닌 “이렇게 축구하겠다”...클린스만에게 원했던 대답

“승리하겠다” 아닌 “이렇게 축구하겠다”...클린스만에게 원했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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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금 당장 원하는 건 승리가 아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2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코칭스태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은 클린스만 사단이 부임 후 각자 맡은 영역에서 바라본 한국 대표팀에 대한 생각과 A매치 4경기에 대한 전체적 평가와 향후 운영 방향이었다.

A매치 기간이 마무리된 후에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행보였다. 한국 축구 팬들과 소통하려는 클린스만 사단의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도 클린스만 감독이 어떠한 축구를 하겠다는 것인지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으로 온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우려했던 내용은 ‘전문성’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한 헤르타 베를린 시절을 제외하면 현장 공백이 매우 길었다. 독일과 미국을 이끌면서도 전술적인 능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의지와 다르게 지난 4경기 동안 TEAM 클린스만이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체감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까지는 오로지 선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불확실한 방향성에 더해 4경기 연속 승리가 없자 클린스만이 가진 감독 능력이 의심받기 시작한 상황. 이를 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최대한 빨리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 4경기 모두 좋은 순간들이 있었다. 아쉽게 득점하지 못하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상당히 많이 배웠다“며 승리를 다짐했지만 이는 팬들이 원했던 답변을 아닐 것이다.

벤투 감독과 함께했던 4년 4개월 동안 한국 축구는 어떻게 축구를 할 것인지가 너무나 명확했다. ‘빌드업 축구’로 표현됐던 벤투 감독의 방향성은 선수 조합과 상관없이, 어떤 변수가 발생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라는 성적과 동시에 제대로 된 방향성을 갈고 닦는 시간의 중요성을 한국축구에 다시 한번 알려줬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팬들의 신뢰가 깨지지 않기 위해선 친선전 결과 같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본인이 직접 공격 축구를 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그에 맞는 방향성과 발전을 보여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4경기를 보고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를 ‘OO축구’로 요약할 수 있을까.

우려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클린스만 감독은 “어떤 축구를 하길 원하는지 되묻고 싶다”며 오히려 반문했다. 이어 “축구 스타일이나 색깔은 어떤 나라든 성향과 문화도 반영이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 개인적인 기량도 있지만 어떤 조합을 맞출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라며 명확한 축구 철학이 아닌 애매모호한 설명만 내놓았다.

끝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 축구를 보여주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지 못한 감독에게 시간을 투자할 정도로 한국축구는 여유가 많지 않다.

황금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지난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좋은 방향성을 갈고 닦는다면 충분히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충분한 자신감을 가졌다. 자원도 좋다. 세계적인 슈퍼스타인 손흥민을 중심으로 월드 클래스 수비수 김민재, 잠재력을 터트리기 시작한 이강인까지. 이외에도 대표팀의 여러 선수들이 유럽과 국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시기를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의 성공 후 한국은 다시 16강에 오르기까지 8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그 다음은 12년이었다. 방향성을 확실하게 적립하지 못한다면 다음 16강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지난 월드컵이 끝난 뒤에 선수들은 입을 모아 ‘하나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다음 9월에는 제대로 된 자신의 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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