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여자 대표팀의 VNL 참패,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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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여자 대표팀의 VNL 참패,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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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불충분한 준비 과정에서 예견은 했지만, 안타깝고도 실망스럽다.

한국 여자배구가 2023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1라운드 4전 전패에 단 한 세트도 따지 못했다. 16개 참가 팀 가운데 15위다. 우리보다 아래에는 점수 득실률에서 0.001 뒤진 크로아티아만 있다. 세계 랭킹도 더 떨어졌다. 페루(135.79)에 뒤진 26위(132.05)다. 튀르키예(-2.85점), 캐나다(-7.13점), 미국(-1.05점), 태국(-6.05점)전 등 경기를 치를수록 랭킹포인트가 깎였다. 세자르 감독 체제의 여자 대표팀은 VNL에서만 16연패다. 이 가운데 무려 12경기를 0-3으로 졌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대한배구협회는 2018년 10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차해원 감독을 경질했다. 들끓은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임 감독에 선임된 지 8개월 만에 여자 경기력향상위원장과 동반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2018 VNL에서 5승 10패로 12위를 기록했다. 역대 대표팀 감독 가운데 VNL에서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2019년, 2021년 각각 3승 12패로 15위였다. 차해원 감독은 2018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죄로 비난의 대상이 됐고 무능한 감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당시 화를 내던 사람들이 2022년부터 국제 대회에서 1승 20패를 한 세자르 감독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대부분 종목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감독과 코칭스태프, 대표선수들이 먼저 비난을 받는데 우리 여자 배구는 독특하다. 대표팀과 관련이 없는 아마추어 학교 지도자들과 V-리그의 토종 지도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쏜다. 세자르 감독은 신성불가침의 교주인지 그 사람들의 정신 세계는 참으로 알 수 없다.

여자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본 감독들의 입에서는 “준비 부족”이라는 말이 공통으로 나왔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외국인 감독의 원격 훈련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대표팀은 궁여지책으로 현역 선수인 김연경을 고문으로 두고 열심히 훈련한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김연경은 그야말로 노력 봉사 차원에서 도와주는 역할만 했을 뿐이다. 팬들의 기대처럼 대표팀과 계속 함께하며 훈련을 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대표팀의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질 수도 없다. 대표팀은 한유미 코치가 부재 중인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을 이끌고 훈련을 했다. 이 과정이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VNL에서의 충격적인 결과가 말한다.

6월 4일 태국과의 경기는 우리 여자배구가 처한 냉정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대표팀의 플레이는 V-리그 때의 플레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웃사이드 히터 중심의 느린 공격에 미들블로커는 네트 앞에서 스피드와 파괴력이 없는 공격으로 득점을 노렸다. V-리그에서와 다른 점이라면 아포짓에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 차이는 상상 외로 컸다. 태국이 디그 이후 반격 등 틈만 나면 후위에서 파이프 공격을 쉴 없이 퍼붓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전위에서 벌어지는 공격이 전부였다. 주포 박정아가 후위로 가면 득점할 방법이 막막했다. 지난 시즌 어느 팀에서 자주 듣던 후위 지옥이 벌어졌다.

아포짓으로 공이 올라가지 않자 태국 블로커들은 중앙으로 파고들며 우리 공격수를 압박했다. 우리의 속공은 상대적으로 스피드가 떨어져 태국의 블로킹에 쉽게 잡혔다. 결국 레프트에서 대부분의 공격이 벌어졌는데 신장이 낮은 태국 선수들이 정확한 블로킹 자세로 네트를 점령했다. 점프와 스윙 스피드가 떨어진 우리 선수들은 강한 공격을 해보지 못하고 차단당하거나 뒤로 넘어졌다. 세터의 부정확하고 느린 패스는 오래전부터 해결하지 못한 한국배구의 과제인데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이는 대표팀 세터 2명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4일 태국전을 지켜본 어느 감독은 “우리만의 플레이가 없다. 외국팀의 플레이를 따라 하려고 시늉은 내는데 선수들이 느리고 키도 작고 리시브도 안 되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진다. 스피드와 기본기, 높이가 없는데 흉내만 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훈련 부족이다. 현재 우리 대표팀이 가진 기량과 몸 상태를 바탕으로 우리만이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감독은 “지금 우리 배구는 공격수에게 공을 올려주고 ‘네가 알아서 해라’는 식이다. 그것을 해결해주면 점수가 나고 아니면 연속 실점을 하고 진다. 세계적인 공격수가 있다면 지금의 문제도 해결하겠지만 이제 그런 상황은 아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팀에 가장 비판적인 어느 감독은 “우리는 승용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다. 길이 험하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반면 상대는 지프차를 타고 험한 길과 관계없이 빠르게 가고 있다. 대표팀이 스피드에 강박감을 느끼고 상대보다 빨리하려고는 하는데 몸과 기술이 따라주지 않으니 서두르는 배구가 된다. 스피드 배구는 체공력과 탄력 등 선수들의 빼어난 운동능력과 지치지 않는 체력, 빠른 스윙스피드와 공격 기술이 바탕인데 우리 선수들은 몸이 전체적으로 무겁다. 태국과 비교하면 점프가 전혀 되지 않는다. 대표선수가 아니라 어머니 배구팀 같다. VNL에서 상대와 경쟁할 수준이 아니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태국과의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블로킹의 차이였다.

태국 공격수들은 1-1 혹은 노 블로킹 상황에서 자주 공격을 편하게 했다. 반면 우리는 대부분의 공격이 상대의 2인 블로커를 뚫어야 했기에 힘이 들었다. 그나마 타점이 높은 박정아는 해결했지만, 시즌 때보다도 점프력과 공격 스피드가 떨어진 강소휘 표승주는 블로커들의 쉬운 제물이 됐다. 물론 이런 상황은 아웃사이드 히터만의 잘못은 아니다. 중앙에서 미들블로커가 상대의 공격을 분산시켜주고 튼튼한 방패 역할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지만 VNL에서 우리 미들블로커들은 한계가 드러났다. 상대의 공격을 제대로 따라가지조차 못했다.

이 부분을 유심히 지켜본 어느 감독은 “V-리그에서 느린 스피드와 낮은 공격에만 익숙하다 보니 국제대회에서 더 빠르고 높은 팀을 만나면 방법이 없다. 눈이 따라가지 못하는데 상대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팀에서도 하지 말라는 플레이만 하고 있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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