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2주 남기고”...MLB 월드투어 취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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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주 남기고”...MLB 월드투어 취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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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참사’라는 관용어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 사례가 또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이하 ‘월드투어’)가 대회 2주를 앞두고 취소됐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지난 10월 29일 “한국 프로모터(주최사)와의 계약 이행 이슈 등 현실적인 문제로 11월 부산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월드투어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짐 스몰 MLB인터내셔널 부사장은 “안타깝게도 한국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선수단 수준을 갖출 수 없었다”고 취소 사유를 밝혔다. 이에 KBO는 “MLB의 참가 요청에 따라 팀 코리아와 팀 KBO를 구성하는 등 MLB 연합팀과의 경기를 준비해 온 입장에서 매우 당혹스럽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월드투어’는 KBO 리그 출범 40주년과 MLB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기획한 이벤트 경기다. 1922년 이후 100년 만에 MLB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한국에 방문해 KBO리그 대표 선수들과 총 4경기를 갖기로 해 큰 화제와 기대를 모았다. 지난 10월 19일에는 부산시청에서 허구연 KBO 총재와 스몰 부사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스몰 부사장은 “깜짝 놀랄 선수들이 참여할 것”이라 공언했고, 이를 믿은 야구팬들은 애런 저지, 오타니 쇼헤이 등 특급 스타들이 내한할 것을 기대했다.

“처음부터 무리였던 프로젝트”

KBO도 이번 대회를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리허설 격으로 보고 선수단 구성에 적극 협력했다. 이강철 WBC 감독이 ‘팀 코리아’ 사령탑을 맡고 김광현, 양현종, 이정후 등 국가대표 스타들로 명단을 꾸렸다. 남부팀 연합으로 구성한 ‘팀 KBO’ 명단엔 올해 정규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대호도 합류했다.

그러나 그럴듯한 포장과 달리 대회 준비 과정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대회를 불과 2~3주 앞둔 시점까지도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다. 주관 중계방송사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고 스폰서 확보도 원활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17일 공개된 티켓 가격은 터무니없는 고가로 팬들의 외면을 불렀다.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는 가장 싼 외야 지정석이 7만원, 가장 비싼 중앙탁자석이 39만원에 달했다. 가장 저렴한 고척돔 외야 4층 가격도 6만원이나 됐다. 문제를 인지한 KBO가 여러 차례 프로모터 측에 티켓값 문제를 지적했지만, KBO의 조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개된 티켓 가격을 확인한 야구팬 사이에서는 “오타니, 저지 등 현 MLB 최고 스타들이 온다고 해도 비싼 가격”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정작 공개된 MLB 올스타 명단은 올스타는커녕 ‘스타’와도 거리가 멀었다. 1차 명단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아이러니하게도 KBO리그 출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키움 출신)과 다린 러프(뉴욕 메츠·삼성 출신)였다. 올스타 출신 포수 살바도르 페레즈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크게 매력적인 이름이 아니었다. 2차 명단에서도 최지만, 박효준, 배지환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만 눈길을 끌었다. “양준혁 자선야구 출전 선수 명단과 다를 게 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1차 명단, 2차 명단을 찔끔찔끔 공개한 주최측은 3차 명단은 아예 공개조차 하지 못했다. 명단을 확인한 한 야구 관계자는 “누군지 몰라서 이름을 검색해봤다. 유명한 선수가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아서 깜짝 놀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구팬들이 기대했던 애런 저지와 앨버트 푸홀스 등은 처음부터 참가 의사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입장료는 BTS급인데 무명 가수들로 라인업을 채운 공연이 흥행할 리 없다. 스타가 없는데 티켓값만 터무니없이 비싸니 흥행 참패는 예고된 결과였다. 사전에 예매한 팬들이 취소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예매 오픈 초기 매진됐던 고가의 테이블석은 대거 취소됐다. 암표상들이 대회 흥행을 예상하고 표를 대량으로 매입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되돌아보면 메이저리그는 처음부터 ‘월드투어’에 큰 열의가 없었다. 대회 개최가 결정됐을 때부터 취소 전까지 미국 현지에서 나온 ‘월드투어’ 관련 뉴스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회를 보름 앞둔 시점까지도 MLB 홈페이지와 공식 채널은 잠잠했다. ‘정말 MLB 선수들이 한국에 오는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무관심 그 자체였다.

메이저리그 동향에 밝은 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처음 ‘월드투어’ 계획을 들었을 때부터 무리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이미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제외한 대부분 구단은 오프시즌 휴식 중이다. 몸이 재산인 슈퍼스타들이 휴식 루틴을 깨고 11월에 야구하러 한국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멕시코, 런던 월드투어처럼 MLB 정규시즌 경기를 한국에서 치르는 방법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대회 참가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국내 선수들에게도 과도한 요구였다. ‘팀 KBO’로 분류된 지방구단 관계자는 “오프시즌 휴식기에 실전을 하면 위험한 건 메이저리그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11월은 시즌을 마친 주전급 선수들이 각자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훈련을 할 시기다. KBO 요청으로 선수들을 내보내긴 하지만 혹시라도 다치는 건 아닐까 염려가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포스트시즌 진출팀 관계자도 “가을야구에 온 힘을 쏟은 선수들을 쉴 틈도 없이 바로 월드투어에 내보내야 한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무리하다 부상을 입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일부 팬은 집단소송 움직임도

MLB 선수들과의 차별 대우도 국내 선수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대회 주최측은 MLB 올스타로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거액의 출전 수당을 약속했다. 반면 국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출전 수당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한 에이전트는 “팀 코리아로 차출된 선수들이 ‘MLB 올스타’로 선정된 예전 동료들에게 출전 수당 금액과 하와이 휴가 얘기를 전해 들었다. 같은 경기에서 뛰는데 출전 수당은 MLB 선수의 4분의1 수준밖에 안 되는데 박탈감이 큰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문제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서도 강하게 문제제기한 대목이다.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로 가득했던 월드투어는 결국 개막을 코앞에 두고 취소라는 결말을 맞이했다. 이번 취소 사태로 ‘야구 인기 부흥’을 위해 MLB와 컬래버를 시도한 KBO는 체면을 크게 구겼다. 월드투어를 WBC 대표팀의 리허설로 삼으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대회 참가를 준비한 선수들은 귀중한 휴식 시간을 날렸다.

비싼 티켓료를 감수하고 지갑을 열었던 팬들이 느낄 실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다. 대회 관전을 위해 숙박과 이동수단까지 예매한 일부 팬 사이에서는 집단소송 움직임도 있다. 그외 지방자치단체, 방송사, 스폰서도 유·무형의 피해를 보게 됐다. 월드투어 취소 사태가 한국 야구 전체에 남긴 상처와 피해가 꽤 오랫동안 이어질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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