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1라운드 탈락…고개숙인 한국야구,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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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1라운드 탈락…고개숙인 한국야구,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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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2017, 그리고 2023. 한때 한국야구의 자부심을 확인하는 무대였던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이 참담한 국내프로야구의 현 주소를 확인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WBC 한국대표팀이 호주 일본에 패하며 2승2패로 1라운드에 탈락한 채로 대회를 마쳤다. 3개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란 깊은 상처만 남았다. 특히 부진했던 테이블세터의 잇단 선발기용, 호주전 총력전 무산, 일부 투수들의 부진으로 나머지 투수들의 혹사논란 등 패배 못지 않은 아쉬움도 컸던 대회다.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무엇이 변해야 하는 걸까.

▶최선의 선발이었나

지난 1월 KBO 조범현 기술위원장은 선발기준에 대해 ““오랜 기간 기술위원회, 전력분석팀, 코칭스태프 논의를 거쳐 국제경쟁력 및 세대교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엔트리를 위해 노력했다”며 “모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김광현 양현종 박병호 김현수 등 30대 중반의 베테랑과 구창모 이의리 김윤식 정우영 고우석 등 젊은 투수들이 선발됐다.

이름만 보면 믿음직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타선에선 이정후 강백호, 마운드에선 박세웅 원태인 등만이 제몫을 해줬다. 그렇다고 대신 뽑을만한 선수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학폭논란으로 승선하지 못한 안우진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투수진 중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 다만 지난해 활약이 애매한데도 이름값으로 뽑은 선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는 결국 마운드의 붕괴로 이어졌다.

▶겸직 감독과 뜬금없는 전훈장소

전임감독제가 폐지되고 이강철 kt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게 될 때부터 예상된 문제였다. 시즌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소속팀을 외면하고 대표팀에 전념해달라고 할 수 없었던 KBO는 kt의 전훈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으로 WBC 대표팀 훈련장소를 정했다. 일본 대회였고, 일본 구장 적응을 하지 못하고 사령탑을 배려하다 보니 선수들은 불필요한 장거리 이동과 시차적응을 해야했다. 게다가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이는 많은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국내와 일본에서의 마지막 훈련모습을 지켜본 대부분의 야구인들은 대표팀 선수들의 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우려를 한 바 있다.

▶반드시 잡았어야 할 호주전 판단미스

이강철 감독의 복안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B조는 4개조 중 최소 2위를 하기엔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최상의 조였다. 호주를 꺾었다면 일본전에 패했더라도 8강진출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세미프로인 호주를 지나치게 얕보고 쉽게 생각한 것도 오판이었다. 옆구리투수 고영표가 뛰어난 투수지만 ‘비 아시아국가에는 낯설 것’이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으로 선발로 확정한 것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설사 그렇다해도 이후 원태인 박세웅 김광현 등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대기시켜 일단 승리를 챙겨야 했다. 일본전은 냉정하게 버리더라도 남은 투수로 체코 중국을 상대해 타력으로 극복하려는 것이 쉬운 길이었을 것이다. 소형준을 일본전에 내려다 호주전에 당겨쓰면서 로테이션이 꼬였고, 박세웅을 체코전 선발로 남겨놓는다는 것은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벤치의 오판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대표팀은 더 이상 영광의 자리가 아닌가

분명 과거에는 그랬다. 프로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국제대회가 많지는 않지만 두차례 올림픽과 WBC에서 선배 선수들이 보여준 승부욕과 팀워크는 분명 여타 아마추어 종목 못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뽑히면 몸도 다칠 수 있고(과거 대표팀 부상으로 프로에서 기량이 급락한 선수도 실제 있었다), 정작 연봉을 좌우하는 리그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적지않다. 군 문제가 걸린 아시안게임 같은 경우에는 젊은 선수들이 뽑히고 싶어하지만 베테랑들 중 대표팀 선발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선수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번 대회 도중 ‘부진했을 때 수십억 몸값 선수가 부진하다는 등 표현을 하지 말아달라’는 선수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내리그에서 잘해서 몸값이 높아진 것은 당연하고, 그런 선수인만큼 대표팀에서도 잘해주길 기대했다가 실망해서 그 몸값을 언급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것이다. 비아냥이 아니라면 이는 그렇게 불쾌해할 비판은 아니지 않나. 심지어 ‘우물안 개구리’ 라거나 ‘중국축구’에 빗대는 표현까지 나오는 것은 한국야구에 기대가 컸던 팬들이 터뜨리는 아쉬움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부러운 일본의 투수양성, 우리는?

알려진대로 일본은 아마추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투수라도 프로입단 후 1군에 서둘러 올리지 않고 몸과 기량을 서서히 만들어낸다. 워낙 인재풀도 넓지만 이렇게 길러내는 투수가 1군용 선수로 자리잡았을 때는 이미 경쟁력을 갖춘 상태가 되기 때문에 쉽게 기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선수층이 엷은 한국은 1라운드급 선수라면 반년도 되지 않아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구속이 뛰어난 선수가 제구가 불안하면, 구속을 낮추고 제구를 잡아 일단 ‘써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 이때문에 고교때 강속구 투수가 프로에서 그 구속을 유지하며 1군에 자리잡는 경우는 드물다. 장재영 김진욱 등을 보면 여전히 제구가 불안하거나 구속을 낮춰버렸다.

일선 학교 지도자는 현재 고교야구 선수들이 수업일수 제한으로 인해 강도높은 훈련을 실시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수업일수와 전지훈련허용일수 등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훈련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의 찬란한 과거로 10년넘게 언급되는 2008 베이징올림픽 우승, 2009 WBC 준우승의 쾌거는 이제 잠시 잊고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가 온 것 같다. 실제로 당시에는 국제경쟁력이 있던 특급투수들과 레전드 타자들의 활약이 어우러진 기적같은 성과라고 봐야 합당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야구의 저변이나, 선수들의 풀, 국내야구의 경쟁력은 단단하지 않았다. 반에서 10등정도하는 학생이 며칠간 밤샘해서 한 두차례 시험에서 1등을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지나친 비유일까. ‘참사는 어쩌다 일어나야 참사’라는 한 야구 커뮤니티 팬들의 지적은 뼈아프다. 참사가 더 이상 일상이 되지않도록 한국야구가 다시 쇄신해서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면 2023 WBC가 반드시 나쁜 기억으로만 남지는 않을 수 있다. 어쨋든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야구는 애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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