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의 슬롯 후기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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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의 슬롯 후기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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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강친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구경하면서

 이곳에 좋으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초보자인 저에게도 이렇게 따뜻한 반응을 보여주실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구요


즐거운 기분으로 남은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큰 소리를 지른 여자분은 6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셨습니다


직원이 그분께 다가가서 뭐라고 말을 하니까 이 아주머니께서 다시 냅다 큰소리를 치셨습니다


"이 기계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70만원 넘게 넣었는데 보너스 한 번 밖에 안 나왔다구!!!

 나한테만 뭐라고 하지 말아요"


음...화가 나서 큰소리를 치신 거였군...

근데 슬롯머신에서 돈을 못 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이 당시만 해도 저에게 카지노란 테이블게임 위주로만 놀다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카오에서는 슬롯머신이 거의 텅텅 비어있다시피 한 것을 보고 왔던 터라 

 슬롯머신으로 돈을 딴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직원이 신호를 보내고 그 아주머니는 퇴장을 당하시는 듯 직원과 동행하여 나가셨습니다


저는 약간 떨어져서 팔장을 낀 채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기다렸다는 듯이 비어있는 그 기계에 바로 앉으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기계가 사람 미치게 하는 거야~ 이거 하고 싶어서 미치는 거야~~~"


그 말을 들으니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 기계가 그렇게 재미가 있나?


뒤에서 잠깐 구경하는데 할머님 이만원 넣으시고 바로 오링되셨습니다


의자에 앉으신 채로 뒤돌아 보시더니 저에게 하시는 말씀...


"이거 되는 기계인데 해볼래요? 잘 되면 나 이만원만 줘요..."


음...마침 룰렛이 너무 지루해서 호텔방으로 올라갈까 하던 참이었는데...


넵 감사합니다 하고 바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지갑에 남아있는 현금 11만원을 넣고 돌리기 시작합니다


두세번쯤 배팅버튼을 눌렀을까요...


보너스게임이 걸립니다


화면이 정지되고...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하고 있는데


스스로 저의 일일멘토가 되신 할머님께서 제 기계화면을 대신 누르십니다...


"이럴 땐 조금만 돌려야 큰 게 걸려!!!"


할머님의 흥분하신 음성...

커피와 담배에 찌든 것 같은 입냄새...

신나는 음악과 함께 돌아가는 보너스 게임...


결과...

33만원 당첨...

기계에 넣었던 돈까지 합치면 43만 몇 천원...


저보다도 더 신나하시는 할머님...

바우처도 손수 뽑아주시며 현금교환하는 기계로 저를 인도하십니다


손까지 꼭 잡으시고 말이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오만원 드렸더니

십만원 채워주면 안 되냐고...

내가 오늘 가져온 돈 다 잃었다고 하시네요


예 그러셔요...감사합니다...잃은 돈 만회하시길 바랄께요...


할머니와 헤어지고 나서

약간 황당하기도 하고 (슬롯머신으로 돈을 땃다는 게)

은근히 기분도 좋고 하면서

흡연실에서 한 대 피웁니다


현재 시간 5시 20분 정도...


강릉 공무원 친구녀석 전화가 옵니다


야...진짜 미안하다...

우리 와이프가 너한테 사과하고 싶대

전화 바꿔줄께


아니야 괜찮아

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친구 와이프가 훌쩍이는 듯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습니다


오빠 죄송해요...

제가 오늘 너무 큰 실수를 했네요

저희 결혼식 사회도 봐주시고 웨딩카도 해주셨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정말 괜찮아요


오빠 소개시켜 드리기로 한 동생 좀 이따 만나기로 했어요

동생은 잘못한 거 없으니까 저한테만 뭐라고 하세요...

괜찮으시면 저희가 식사대접 할테니까 같이 봐요...

지금 어디 계세요?


허걱!! 럴수럴수!!

저 강원랜드에 있는데요

라고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거짓말


"서울 올라가고 있습니다...다음에 뵐께요...

 저도 여기 와서 싱싱한 회 한 접시 맛있게 먹고 가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식사 맛있게 하세요"


어디선가 들었던

노름을 하면 거짓말만 는다는 얘기


그게 제가 될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게 계속될 줄도 그 때는 몰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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